나는 인혜와 함께 자취한 적이 있었고 방과 후에는 도서관에 쳐박혀 있거나, 친구들과 어울리다가 늦게 귀가하곤 했다. 그러다가 한 남자를 만났고 성폭행 사건이 있었다. 죽음과도 같은 상황에서 나를 주체하지 못해 쩔쩔매던 어느 날, 귀가하는 내게 물건들을 집어 던지며 인혜가 말했다. 너, 왜 이렇게 사니? 비수처럼 섬뜻하게 늑골 밑으로 파고들던 그 말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다.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채 헉 숨이 멎었던 느낌. 아마 그 순간 내 마음이 인혜에게서 떠났을 것이다. 말이 가진 위력보다 열 배는 더 심하게 내 쪽에 상처를 입었다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았다.
" 나도 남에게 부탁하지 못하는 성격이에요"
"선생님도 그럼 거절도 못하시나요?"
"그건 아니에요. 부탁하지 않는 것처럼 부탁도 거절하죠. 공정하게. 그런데 당신은 부탁도 못하고 부탁을 거절하지도 못하고, 나쁜것만 가지고 있잖아요."
"정면적인 관계를 맺지 않으려는 거죠"
"제가 가지고 있는 문제중 하나는, 아무에게도, 특히 이성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 본 적이 없다는 거예요. 먼저 차 마시자고 전화해 본 적도 없고…"
나도 알고 있었다. 내가 오래도록 이른바 '연애'라는 것에 대해 눈을 옆으로 뜨고 보며 폄하하는 마음을 가졌던 것. 사랑 따위에 빠져 인생을 낭비하고, 열정을 소모하고, 감정을 탕진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 했던 것. 세상에는 연애보다 더 소중하고 고귀한 일이 얼마든지 있으며, 인간의 삶은 바로 '더 숭고한 일'을 위해 바쳐져야 한다고 믿었던 점. 융의 책을 읽다가 그런 내 마음을 고스란히 옮겨놓은 것 같은 구절을 만날 때까지도 그렇게 생각하는 자신을 스스로 대견하다고 여겼다. 융은 그것은 사랑에 대한 방어 심리가 극단적인 사람의 말투라고 했다. 그때도 생각했을 것이다. 언젠가는 정신과 상담이 필요하겠구나…
면담자는 내가 들고 간 전기주전자를 가리켰다.
"나한테 주려고 가지고 왔으면 여기로 가지고 들어와야지요. 나한테 직접 주고, 여기서 풀어보고 그래야 하는것 아녜요?"
"왜 타인에게 무엇을 주고도 그것에 대한 반응이나 보답을 받으려 하지 않느냐는 거죠?"
"네?"
"정면적인 관계를 피하려고 하는 거잖아요"
"저도 모르겠어요. 제게 그런면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그게 뭔지 모르겠고 잘 안 고쳐져요."
"오늘 말 잘했어요. 알고 있는 것과 말하는 것은 다른 거예요."
지금 저의 가장 큰 문제는 친근한 관계를 만들어 나가지 못한다는것. 그런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을 배우지 못한 것. 그것이에요. 선생님한테도요.
"사랑 받으려는 욕구와 유혹될 수 없는 성적 불능. 이것이 제 문제였어요. 도움을 청해놓고 도움을 거절하는 것과 같은 이유죠"
"왜 유혹 당하려는 걸 두려워하죠?"
"저도 그걸 생각해 봤는데 도움을 받으면 무너질 것 같았다고. 유혹을 거절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 였던 것 같아요. 무너질 까봐 두려운거죠"
"인간은 변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오 퍼센트예요. 그렇지만 그 오 퍼센트만 달라져도 살기가 한결 수월하죠"<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 , 김형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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