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생각했어요. 꿈틀하는 게 있는 분이구나. 하고
우리 남편이 스키 선수 은퇴하고 여관을 물려 받겠다는 말을 꺼냈을 때 주위에서 다들 반대했다고 하더라고요. 아니, 주위분 뿐만 아니었죠. 여관 경영하던 부모님까지 관두는 게 좋겠다고 했대요. 거품 경기가 꺼지면서 스키 붐도 끝나버려서 스키장이고 여관이고 죄다 파리를 날리기 시작하던 때였으니까요. 근데 우리 남편은 그런 때일수록 자기 같은 스키 마니아가 나서야 한다면서 반대를 무릎쓰고 강행했어요. 실제로 이것저것 안해본 게 없었던 모양이에요.
여행 대리점과 협상도 하고 텔레비젼 방송으로 홍보도 하고 그런데도 성과가 나지 않아서 손님의 발길은 멀어져 가기만 했죠.
그런 때 대기업이 스키장을 매입하려고 한다는 얘기가 날아들었어요. 당연히 그걸 마침 좋은 기회라고 보는 사람도 많았죠. 스키장은 대기업에게 맡기고 우리는 우리의 생활을 지켜나갈 수 있게 각각 새로운 길을 모색하면 되지 않겠느냐는 거에요. 그런 목소리에 정면으로 반발한 것이 우리 남편이었어요. 동네의 가장 큰 자산을 팔아 치운다는 건 영혼을 파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하더라구요. 한 사람 한 사람은 하찮은 벌레만한 존재인지도 모르지만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 그 꿈틀하는 걸 모으면 틀림없이 큰 힘이 된다고 주장했죠. 그건 이상론이다. 대세는 거스를 수 없다는 말이 쏟아졌지만 그 사람은 포기하지 않았어요. 이윽고 동조해주는 사람이 하나둘씩 불어나고 다시 한 번 모두가 힘을 합쳐 어떻게든 해보자고 얘기가 됐죠. 하지만 그렇게 되고 보니 우리 남편의 책임이 막중한 거예요. 노력해봤는데 안 됐습니다. 라고 해서 끝날 일이 아니니까. 잠자는 시간까지 줄여가며 그야말로 마차의 말처럼 일했어요. 너무 일을 많이 하다가 자신이 암에 걸린지도 깨닫지 못할 만큼. <눈보라체이스, 히가시노 게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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